수서경찰서 개포파출소 백종성 경위는 요즘 기분이 좋습니다. 백 경위가 일하고 있는 개포파출소에 실습생이 왔기 때문인데요. 중앙경찰학교 교육생이나 경찰대학생, 경찰간부후보생 이 왕왕 다녀가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백 경위에게 조금 특별한 교육생이 실습을 온다고 합니다. 바로 백 경위의 아들 백건하 군입니다.

  경찰대학은 1학기 말 시험이 끝나면 2, 3, 4학년을 대상으로 경찰서 형사과 및 교통과, 지구대ㆍ파출소에서 하계 관서 실습을 실시합니다. 경찰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백건하 군은 수서경찰서에서 관서 실습을 하게 됐습니다. 치안수요가 많은 곳으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평소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이 궁금했던 터라 실습지를 개포파출소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첫 출근입니다. 아침ㆍ저녁으로 늘 봐오던 얼굴이지만 같이 출근한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해 보입니다. 넌지시 말을 걸어보지만, 아버지는 단답형으로 대답하실 따름입니다. 백건하 군도 사춘기를 거치면서 말 수가 많이 줄었고, 또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 무뚝뚝하셔서 대화가 많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백건하 군은 학창시절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다네요.

  백건하 군이 대학생이 된 후, 아버지는 사회생활과 앞으로 진로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지만 대화하지 않은 시간이 길었던 만큼 두 부자 사이에는 어색함이 자리 잡았습니다.

  근무 준비를 하며 아버지는 아들을 바라봅니다. 태어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다 자라서 경찰관이 된다니 기특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아들에게 아버지의 손길이 필요한 것 같네요~

  백건하 군도 집에서는 무뚝뚝하신 아버지가 이것저것 챙겨 주시는 게 어색할 따름입니다.

  아버지와 같은 조로 순찰차를 탑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아버지는 벌써 순찰차에 시동을 걸어 두고 아들을 기다립니다.

  순찰을 돌며 잠깐의 침묵이 돌자, 백 경위가 말합니다. 아들이 경찰관이 되기 위해서 경찰대학을 선택했을 때 참 뿌듯했다며 자신이 일하는 모습이 아들에게 나쁘게 비치지는 않았구나 하는 마음에 안심이 됐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훌륭한 학교 성적으로 어떤 일이든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이 겪어온 힘든 길을 그대로 걷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기도 한다고 하시네요.

  동이 터오는 새벽, 한동안 말이 없던 백건하 군도 그동안 담아왔던 속내를 꺼냅니다. 어머니에 비해 무뚝뚝한 아버지이지만, 가장으로 묵묵하게 가정을 지켜주셨다고 말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따라 경찰관이 되기로 하면 무조건 좋아하시리라 생각했지만, 백건하 군이 힘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씀에 그동안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또 당신 인생의 30년을 바친 직업과 그 계급을 달고 아버지와 같이 근무할 수 있다는 게 가슴을 벅차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크게 느껴져 자신에게 과분한 계급이라고 전합니다.

  길었던 야간 순찰을 마치고 파출소로 돌아오며 어색했던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듯합니다. 백 경위도 백건하 군도 서로의 속마음을 확인해서 그런지 모두 살짝 미소를 짓습니다.

  그래도 성격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따뜻한 말을 건넬 줄 알았던 백 경위는 이내 파출소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버지와 같이한 첫 근무가 끝났습니다. 벌써 어머니는 전화하셔서 언제 들어오느냐 물어보십니다. 오늘은 아버지와 산책하면서 단둘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립니다.

  어머니와 통화하는 사이 벌써 저렇게 멀리 가신 아버지...
  항상 보아오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오늘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백종성 경위는 경찰생활 30년 동안 이렇게 기분이 좋고 뿌듯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이 되기로 한 아들의 결정이 꼭 최선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들이 선택한 길을 밝혀 주는 것이 아버지의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백 경위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경찰관으로서의 시간 동안, 백건하 군에게는 이제 시작하는 경찰생활 동안 때로는 선배와 후배로, 때로는 아버지와 아들로 서로에게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父子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부자경찰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