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겨울밤 친구와 술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선 임 모 씨.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임 씨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으악~~~!! 이.. 이쁜아!!!"

  누군가 임 씨의 애마인 이쁜이에게 몹쓸 짓(?)을 하였기 때문인데요.
  고급 외제차인 이쁜이의 새하얗던 온몸이 파란색 래커 스프레이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게다가 범인은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 있는 핸들, 의자, 천장까지 온통 래커 칠을 해놓았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임 씨에게 원한을 갖고 있을 만한 인물이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그 당시 차량 블랙박스가 널리 보급되던 때가 아니라 범인을 찾을 방법이 없었죠.
  '묻지마 살인범'처럼 '묻지마 차량손괴범'이 주변에 자주 출현한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임 씨가 딱 걸린 것 같네요.

  임 씨는 할 수 없이 지구대에 가해자 불명사고로 접수를 한 다음, 눈물을 머금고 정비 상담사에게 연락하여 견적서를 받아 미수선수리 보험처리를 하였습니다.

  ※ 미수선수리 : 수리기간이 긴 외제차 수리를 보험회사가 해주는 대신 운전자가 보험금을 받아 직접 차량을 수리하는 것

  며칠 후 그가 받은 보험금은 무려 6,200만 원.
  임 씨는 통장에 찍힌 보험금을 확인한 후 정비 상담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님~ 이번에도 한 건 했습니다~~ 다음에도 부탁드려요~ 크핫핫핫"

  그렇습니다.
  임 씨는 피해자가 아니라, 보험사기 피의자였습니다.
  래커 스프레이를 사서 애마 이쁜이의 온몸에 뿌린 것도 임 씨였던 거죠.

  그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외제차를 이용해 가해자 불명사고로 위장하는 등 여러 차례 보험금을 타낸 상습범입니다.

  그가 보험금을 쉽게, 그리고 많이 타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외제차 공식 서비스센터 정비 상담사 덕분이었는데요.
  상담사가 임 씨에게 피해사건과 무관한 부품을 끼워 넣는 등 과다견적서를 발행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 이처럼 돈을 받고 허위 견적서를 발행해준 외제차 공식 서비스센터 직원 등 보험사기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었다고 합니다.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사기 혐의로 외제차 운전자 조 모 씨(45)를 구속, 유명 외제차 공식 서비스센터 정비 상담사 채 모 씨(38) 등 2명과 다른 외제차 운전자 임 모 씨(31)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2명을 기소중지 했습니다.

  구속된 조 씨 등은 교통사고를 위장해 친분 관계에 있는 정비 상담사들로부터 과다견적서를 발급받아 미수선수리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11회에 걸쳐 1억5천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정비 상담사 채 모 씨(38) 등 2명은 조 씨 등으로부터 명절 떡값 및 간식들을 수시로 제공 받고 돈거래를 하는 등으로 친분을 유지하면서 사고와 무관한 부품을 끼워 넣은 등 과다견적서를 발행해준 대가로 건 당 100~300만 원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교통범죄수사팀장 김홍주 경위.
  김 경위는 외제 자동차 동호회 사이에 나돌고 있는 소문을 접하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외제 자동차 동호회 회원들 중에 자동차 경주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경주하던 도중 자동차가 파손될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편법으로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소문이 그들 사이에서 나돌았습니다."

  바로 외제차 공식 서비스센터의 정비 상담사가 허위 견적서를 발행해준다는 것이었는데요.
  그에게 견적을 받아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면 오히려 이득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경위는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하던 중 보험사에 접수된 사고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도로의 임시복구 공사가 미흡하여 구덩이가 생겼는데 임 모씨(31)의 외제차가 그 위를 지나가다 구덩이에 빠져 차량이 파손되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니 사고부위와는 다른 견적서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의심이 들어 사고현장 CCTV를 분석해보았더니, 충격적인 장면을 포착하게 됩니다.
  임 씨와 일행이 사고 직전 삽과 호미로 임시로 메워진 흙을 파내어 구덩이를 만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촬영되었던 것입니다.

임 씨가 호미로 구덩이를 만드는 모습

구덩이 위로 차를 여러 번 움직여 충격을 받게 만드는 모습

  임 씨는 외제차의 바퀴를 고의로 구덩이에 빠뜨려 우연히 발생한 교통사고로 위장한 다음, 외제차 공식 서비스센터의 정비 상담사인 강 모 씨에게 100만 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1,100만 원의 허위 견적서를 발행받았습니다.
  그 견적서를 가지고 도로굴착공사 시행사인 00건설 사무실을 찾아가 보험처리를 해줄 것을 요구하며 행패까지 부렸다고 하네요.

  이 사건을 계기로 교통범죄수사팀은 다양한 추적수사를 통해 외제차를 이용한 가해자 불명사고 위장, 폭주행위로 발행한 교통사고를 일반 교통사고로 위장, 다른 사고차의 사진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위장하는 등 외제차 공식 서비스센터 직원이 가담된 11건의 유형의 보험사기 피의자들을 적발하였습니다.

적발된 서비스센터의 컴퓨터 화면

서비스센터에서 압수한 견적서

  외제차의 경우 부품 가격이 비싼 데다 수리비에 대한 가격 기준이 없다보니 최대 10배까지 견적을 부풀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외제차 수리비용이 비싼 이유로 부품 조달 및 수리 기간 등이 알려져 왔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견적서를 조작·발행하는 등 다른 이류가 밝혀졌네요.
  그로 인해 그간 보험료 상승 부담을 떠안은 건 국산차 운전자들이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수입차 직영 정비업소가 부정한 방법으로 수리견적서를 발행하여 적발된 사례는 많았지만, 공식 서비스센터 정비 상담사가 돈을 받고 허위 견적서를 발행한 혐의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교통범죄수사팀이 박수 받을 만하죠? 짝짝짝~~)

  교통범죄수사팀은 업체들이 보험사뿐 아니라 일반 운전자에게도 수리비를 허위로 청구하는 등 수입차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하네요.

  교통범죄수사팀의 활약으로 국민의 부담인 보험료 상승폭이 조~금은 줄어들길 기대해볼게요! 파이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