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 한강경찰대 정흥식 경위를 만나다 -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상징하기도 하는 한강(漢江)은 우리나라의 중부인 강원도 · 충청북도 · 경기도 · 서울시를 거쳐 서해로 흘러가는 강입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푸른 숲, 다양한 즐길 거리로 가족 · 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한강은 북적거리는 서울 도심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야경은 입맛 없는 여름에 '눈으로 즐기는 별미'일 만큼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잔잔한 강물의 조화는 세계 어느 도시의 야경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한강이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강 교량 위에서 뛰어내리는 사람, 수상스키, 모터보트 등 레저로 인한 안전사고 등 각종 수난사고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젖줄 한강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경찰관들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한강경찰대입니다.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4개 치안센터에 총 28명의 경찰관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41.5KM의 물길을 지키는 이들의 임무는 익사방지와 인명구조, 시신 인양, 범죄 예방 및 단속 업무입니다. 지금 같은 여름 물놀이 철에는 수상레저업체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상안전사고에 대한 계도 및 홍보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한강경찰대에는 지휘선, 고속순찰정 2대, 소형순찰정 5대, 공기부양정 1대, 수상오토바이 2대 등 11척의 수상 동력 장비가 있습니다. 취재팀이 탔던 배는 고속순찰정으로 250마력의 선외기 2개가 달려 있어 45노트(시속 83km) 이상의 속도를 낸다고 합니다. 속도가 빨라 신속한 출동이 필요한 구조 활동에 주로 이용되는 배로 자가복원능력이 있어 높은 물살 등으로 전복되더라도 즉시 원상회복되어 대원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오뚝이 순찰정'이라고도 불립니다.

  소형순찰정은 한강 특성에 맞게 제작되어 저수심의 물에서도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어 주로 순찰 업무에 사용된다고 합니다. 공기부양정은 고무보트 형태로 배 위에 설치된 프로펠러를 작동시켜 일어나는 바람의 힘으로 이동하는데, 수심이 얕은 곳 또는 암초, 모래톱 등 잔류물이 많은 장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상 오토바이는 주로 한강을 이용하는 레저스포츠 이용객들에 대한 안전조치 임무를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각의 장점들 때문에 현장 상황에 가장 적합한 순찰정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한강경찰대의 또 다른 임무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테러방지를 위해 한강 교량 및 각종 수상시설에 대한 수중폭발물 검사 및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한강경찰대는 신속구조 · 응급후송을 위해 매주 2회 서울경찰 항공대와 합동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강 다리에서 투신하려는 신고를 받고 항공대 헬기가 먼저 출동해 상공에서 마이크로 투신하려는 사람을 설득하고, 강에서는 한강순찰대가 출동해 투신을 막았던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빈틈없는 수상 안전 활동으로 G-20 정상회의,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 중요 경호 · 경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업무 대부분이 특수한 업무이다 보니 한강경찰대원들은 인명구조와 잠수, 그리고 모터보트와 제트스키 같은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증을 가진 전문가들로, 경찰특공대나 특전사, 해군 수중폭파대(UDT),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같은 특수조직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0년간 500여 명 구한 '한강의 파수꾼' 정흥식 경위

  그 중 한강경찰대에서 생활 한지 20년째인 정흥식 경위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통합니다. 특전사 출신인 그는 1984년 경찰특공대로 경찰에 투신하여 1990년 한강경찰대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과 사를 가르는 사건과 마주하며, 각종 재난사고 및 투신자살 등의 현장에서 500여 명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 2001년 7월 팔당댐 방류로 한강이 범람하면서 유람선 선착장에 중국인 관광객 108명이 고립된 사건, 2001년 올림픽대교 군용헬기 추락 등 대형사고 때마다 큰 활약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가 한강경찰대원으로 처음 대적한 상대는 '홍수'였습니다.

  1990년 9월 11일 오후 5시 한강에서 대형사고가 났습니다. 379mm의 기록적인 폭우로 한강이 범람하였고, 여의도 부근에 정박해 있던 선착장 겸 수상식당용 바지선과 유람선이 한강 상류에서 떠내려 온 다른 유람선과 충돌하여 침몰했습니다. 침몰한 유람선에는 15명이 타고 있었는데, 빠른 물살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구조에 나선 정흥식 경위도 급류 속 소용돌이에 휘말려 하류로 밀려 내려가 죽을 뻔 했지만, 동료가 던진 로프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무서웠다" 면서 죽음으로 가득 찼던 사고현장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칠흑 같은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어가 구조 활동을 했지만, 계속해서 밀려 내려오는 잔해물과 급류 때문에 구조 활동이 힘들었고, 급기야 '구조요원 전부 후퇴'라고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를 듣고 절망하며 철수하려던 그 순간, 손에 물컹한 느낌이 들어 건져 올린 게 최초의 생존자를 구조하게 된 계기였다고 합니다.

  정흥식 경위는 당시를 떠올리며 "생명을 구했다는 기쁨은 극도의 공포도 사라지게 한다"면서 "나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 또한 없어진다"고 합니다. 접근조차 불가능했던 그날의 사고현장에서 정 경위는 6시간의 사투를 벌인 끝에 승무원 2명을 구조하고 사체 6구를 인양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94년 10월 21일 경찰의 날이기도 했던 그날 아침 7시 40분경 성수대교 북단 5번째와 6번째 교각 사이 상판 50m가 "꽝"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경찰의 날 행사 참석차 서울경찰청 앞에 다다른 정흥식 경위는 다리가 끊어졌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사고현장의 물속은 휴지처럼 구겨진 추락차량과 피투성이가 된 희생자들로 뒤범벅돼 있었고, 바닥과 천장이 닿을 정도로 찌그러진 버스에서는 아직 살아있는 승객들의 신음과 학생들의 책가방, 안경, 볼펜, 도시락들이 비죽비죽 튀어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구조 작업 중 콘크리트 철근에 허벅지가 찔려 부상을 당했지만, 눈앞에서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현장에 출동해 8명을 구조하고 떠내려가는 시신 24구를 인양한 그였지만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 그날의 사건이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욱신거린다고 합니다.


여름철 수난사고 순찰 구조 활동 구슬땀

  정흥식 경위는 인터뷰하는 1시간 내내 무전기를 스무 번 넘게 쳐다봤습니다.

  이유를 묻자 "신고 즉시 뛰어나가야 합니다. 한강에 빠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딱 5분이거든요. 이 안에 찾지 못하면 시신이 떠오르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한강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모두 106명으로 이 중 89명은 구조했지만 17명이 사망하였고, 올해 6월 말까지 56명이 투신해 이 중 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강경찰대는 하루 평균 4~5번 출동하고, 1건 이상 사람을 구조하거나 시신을 인양합니다.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술에 취해 물에 들어가는 사람, 수상 스포츠로 인한 안전사고, 투신자 등 한강 수난 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원들은 오전과 오후에 두 차례씩 도보와 보트로 한강을 순찰합니다.

  마포대교, 한강대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투신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그래서 마포대교에는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설치되어 사람이 지나가는 지점에 조명과 함께 "밥 먹었니?" · "무슨 고민 있어?" 등의 메시지가 보행자를 따라 반응합니다. 정 경위는 "센서를 통해 어느 지점에서 떨어졌는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구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빠른 위치파악으로 출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대원들의 수고를 덜고, 투신자의 생명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자살방지대책 시설물이 확대 설치되기를 바랐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무전기에 교신이 들어왔습니다.

  한강대교에서 사람이 물에 빠지려 한다는 신고입니다.

  신고가 들어오자 대원들이 순찰선으로 뜁니다!!

  다급하게 달려나가 순찰선에 올라탄 정흥식 경위와 정용훈 경장!!

  정용훈 경장이 고속순찰정의 운전대를 잡고 거친 물살을 헤치는 동안 정흥식 경위는 물에 가라앉고 있을지 모르는 투신자를 건져내기 위해 시속 74km로 운항하는 배 안에서도 30킬로그램이 넘는 잠수복과 잠수장비를 익숙한 솜씨로 착용합니다.

  "저기다!"

  신고 접수 4분 후 한강대교 인근에 도착한 대원들은 다리 위에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남자는 상의를 탈의한 채로 한강대교 다리 난간을 두 팔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팔에 힘이 빠졌는지 남자는 강물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정 경위는 망설임 없이 남자가 가라앉은 지점을 향해 입수했습니다.

  남자가 물 위로 떠오르자 정 경위는 남자의 목 위로 동그란 모양의 구명 튜브를 씌웠습니다. 이어 길쭉한 모양의 구조튜브를 그 사이에 끼워 넣어 물에 가라앉지 못하게 했고, 순찰선 위에 있던 다른 대원이 로프를 던져 순찰선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남자는 떨어진 지 15초 만에 배 위로 올라왔습니다.

  정 경위는 남자에게 이름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를 물었습니다. 만취상태로 보이는 남자는 대답 대신 "왼쪽 갈비뼈가 아픕니다"라고 합니다. 이어 잠시 뜸을 들이다 담배 한 대를 달라고 합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50대 중반의 남자였습니다. 이 남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자신은 가족이 없는 장애인이라고 했습니다. 혼자서 살아온 탓에 항상 외로웠고, 장애를 가진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해 술김에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정 경위는 이 남자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듣더니 넉넉한 미소로 등을 두드리며 "힘들어도 살아야지 어떻게 하느냐"며 위로했습니다. 어떤 인생의 무게 때문에 이토록 힘들어할까? 라는 생각과 함께 정 경위의 넓은 어깨가 더욱 든든해 보였습니다.

  신고 8분 후인 18시 43분. 이 남자가 구급차에 인계되며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이날 하루 한강경찰대원들은 3번이나 출동을 했습니다. 두 번의 출동은 다행히도 난간에 서 있는 사람을 자살기도자로 오인한 신고였습니다.


공포의 검은 한강물…손끝으로 더듬어 겨우 구조

  한강에는 각종 쓰레기와 콘크리트 구조물, 낚싯줄 등이 산재해 있고, 조류 탓에 모래톱 · 암초 등의 한강 수중 지형도 매년 변한다고 합니다. 정 경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낚싯줄이 몸이나 장비에 걸리면 베테랑인 대원들도 순식간에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물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물속에서 느끼는 공포심을 이겨내는 담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한강경찰대원들은 훈련과 체력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대원들은 월별로 꼼꼼하게 짜인 일정에 따라 수중수색훈련, 수상구조훈련, 보트조작 등의 훈련과 실전 기술을 기르고 담력을 키우기 위해 한밤중에도 깜깜한 강물 속에서 수색훈련을 합니다. 훈련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위험에 놓인 국민 앞에서 경찰이 주춤한다면 아무도 경찰을 믿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고 접수 후 5분 이내에 현장에 출동하지만 넓은 강에서 사람을 찾아낸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수많은 부유물질과 미세먼지로 맑은 날에도 코앞에 내민 손마저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강바닥에 두 개의 닻을 내려 한 손으로는 로프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강바닥을 더듬어가며 수색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오로지 촉감만으로 생명을 구하는 목숨 건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정 경위는 "그래도 낮에는 상황이 좋은 편"이라며 "투신 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야간엔 눈뜬장님과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물 밖 수 미터의 차이가 물속에선 큰 차이로 바뀌어 수색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눈앞의 시신…

  "꺼져가는 생명에 숨을 불어넣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정 경위는 지난해 수능 성적에 실망하여 한강대교에서 뛰어내린 여고생이 구조된 후 울면서 고맙다는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다면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한 뒤 구조된 사람들이 고마움을 표할 때 쌓인 피로가 단번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보람만큼이나 구조에 실패했던 이들의 시신을 발견할 때 느끼는 절망도 크다고 말하는 정 경위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내몰린 사람들이 지금 힘들더라도 꿋꿋이 견뎌낸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테니 부디 희망을 버리지 말고, 한강의 멋진 모습을 보며 좋은 생각만 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2013-07-17, 17:51:40]